약 10년 전, 한동안 푹 빠졌던 골프 장비가 있었다. 바로 싱글렝스(Single Length) 아이언이다. 당시 골프계의 '괴짜 과학자' 브라이슨 디섐보가 모든 아이언을 같은 길이로 사용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새로운 골프 장비라면 일단 관심부터 갖고 보는 필자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이디어였다. 모든 아이언의 길이가 같다면 어드레스도, 볼 위치도, 스윙도 거의 동일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특히 다루기 어려운 3~5번 롱아이언을 치기 편한 숏아이언 길이로 만들면 훨씬 쉽게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코브라, 에델, 위숀을 비롯해 여러 브랜드의 싱글렝스 아이언을 직접 사용해 본 결과, 장점은 분명했다. 긴 아이언도 짧은 아이언처럼 편하게 어드레스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스윙할 때 부담이 훨씬 적었다. 그중에서도 국내의 작은 골프 장비 회사였던 다이아윙스(Diawings) 제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당시 국내에서 인기몰이 중이던 PXG 아이언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다이아윙스 싱글렝스 아이언의 비거리가 더 길게 나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특히 편안한 스윙이 인상적이었고, 실제로 한동안 골프백에 넣고 다녔을 정도였다. 그러나 브랜드를 막론하고 싱글렝스 아이언은 사용하면 할수록 몇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짧아진 롱아이언은 스윙하기 편했지만 기대했던 거리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반대로 숏아이언과 웨지는 필요 이상으로 길게 느껴지면서 거리도 더 많이 나갔다. 또한 아이언 플레이에서는 정확한 거리 조절이 중요한 만큼, 아이언별 거리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결국 다시 일반적인 아이언으로 돌아왔고, 싱글렝스는 한동안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다이아윙스에서 새로운 싱글렝스 아이언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번에는 조금 특이했다. 전체 아이언 세트를 같은 길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3번부터 6번까지만 모두 8번 아이언 길이로 제작한다는 것이었다. 과연 다이아윙스는 지난 10년 동안 싱글렝스 아이언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던 이유들을 해결했을까? 다시 만난 다이아윙스 2018년 다이아윙스의 첫 SL-2 싱글렝스 아이언을 리뷰할 당시, 국내 중소 제조사가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골프 클럽을 개발한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정상화 대표의 열정도 인상 깊었다. 당시 실제 성능은 마음에 들었지만, 두꺼운 톱라인과 투박한 캐비티 디자인이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았고 앞서 언급한 거리 갭핑 문제도 있었다. 그동안 여러 제조사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을 적용해 왔지만, 개인적으로 완성도에 만족할 만한 제품은 없었다. 특히 날렵한 헤드 디자인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싱글렝스 아이언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헤드가 크고 투박해지는 점도 아쉬웠다. 이번 싱글렝스 아이언의 개발 과정에서 정상화 대표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를 파악하고, 그러한 스윙 스타일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이언은 볼을 내려치는 다운블로(Down Blow) 임팩트가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로프트가 작은 롱아이언일수록 정확한 임팩트가 쉽지 않다. 실제로 주변 아마추어 골퍼들을 보면 롱아이언을 페어웨이 우드처럼 쓸어 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샤프트가 길어질수록 가파른 스윙에 부담을 느끼고, 공을 띄우려다 자신도 모르게 퍼 올리는 동작이 나오기도 한다. 그 결과 볼이 페이스 하단에 얇게 맞아 낮게 깔리는 총알 타구가 나오거나, 캐리 거리가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정 대표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골퍼에게 무조건 스윙을 바꾸라고 하기보다,아마추어들이 실제로 공을 맞히는 위치에 맞춰 아이언을 설계하면 어떨까?” 그렇게 나온 것이 이번 초저중심 롱아이언이다. 기존 아이언보다 무게중심(CG)을 상당히 낮춰 페이스 아래쪽에 공이 맞더라도 충분한 탄도와 거리를 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클럽 길이를 모두 8번 아이언 수준으로 줄여 보다 편하게 스윙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물론 무게중심이 낮다고 무조건 공이 잘 뜨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에 따르면 이를 위해 다양한 헤드 디자인과 로프트를 연구했으며, 헤드 스피드와 임팩트 위치, 스핀 등 여러 요소를 함께 테스트했다고 한다. 생각보다 훨씬 예쁜데, 치기는 쉬울까? 이번 신제품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놀라웠던 것은 헤드 디자인이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싱글렝스 아이언들은 대부분 헤드가 크고 다소 뭉툭한, 전형적인 초보자용 아이언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번 다이아윙스 아이언은 전혀 달랐다. 콤팩트한 헤드에 얇고 날렵한 톱라인까지, 마치 상급자들이 선호하는 블레이드 아이언처럼 생겼다. S20C 연철 단조에 CNC 가공을 적용한 마감도 깔끔했다. 특히 어드레스에서 내려다봤을 때 전혀 초보자용 아이언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물론 외관은 개인 취향이겠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아이언을 사용해 본 기준으로는 10점 만점에 8점을 주고 싶다. 적어도 지금까지 경험한 싱글렝스 아이언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다만 한편으로는 의문도 들었다. 과연 아마추어 골퍼가 이렇게 작고 날렵한 롱아이언으로 충분한 발사각과 비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까? 게다가 미스샷에 대한 관용성까지 기대할 수 있을까? 짧은 샤프트로 기존 롱아이언 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까? 스펙을 살펴보면 이번 제품은 3번부터 6번까지 총 4개의 싱글렝스 아이언으로 구성된다. 모두 8번 아이언 길이로 제작됐으며, 로프트는 각각 18도, 21도, 24도, 27도로 3도씩 차이가 난다. 헤드 무게 역시 약 277~278g으로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샤프트는 가벼운 50g급 고급 카본 R/SR과 110g 스틸 S 중 선택할 수 있으며, 기본 스윙웨이트는 D2다. 이번에 사용한 3~6번 아이언은 모두 50g R 플렉스 카본 샤프트가 장착된 제품이었다. 전체적인 무게감은 평소 사용하는 아이언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길이는 모두 8번 아이언과 같아 심리적인 부담이 확실히 줄었다. 하지만 막상 3번 아이언을 공 뒤에 내려놓으니 다시 의구심이 들었다. 헤드는 정말 작고, 18도 로프트의 페이스는 거의 수직으로 서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6번 아이언부터 시작했다. 시니어용 클럽을 사용하는 듯한 느낌으로 부드럽게 스윙하니 헤드가 자연스럽게 내려오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처음에는 볼을 숏아이언 위치에 놓고 기존의 다운블로 방식으로 가볍게 쳐봤다. 타감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점차 스윙 속도를 높이자 발사각도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평소 사용하는 6번 아이언의 캐리 거리는 약 155~160m 정도다. 그런데 다이아윙스 6번 아이언으로 친 첫 서너 개의 샷은 그에 조금 못 미치는 약 150m 지점에 떨어졌다. 발사각은 평소와 비슷했지만 스핀량은 약간 높게 나타났다. 이어서 5번, 4번, 3번 아이언 순서로 몇 차례씩 쳐봤다. 클럽마다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몸이 어느 정도 풀린 후에는 정상화 대표가 조언한 방식으로 스윙을 바꿔봤다. 볼을 평소보다 약간 왼쪽에 놓고, 내려치기보다는 부드럽게 쓸어 치듯 스윙한 것이다. 그러자 론치 모니터에 나타나는 숫자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임팩트는 한층 견고하고 묵직하게 느껴졌으며, 발사각은 기존 아이언보다 약 1~2도 낮게 나타났다. 볼은 조금 더 강하게 뻗어 나갔고, 착지 후 런도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4번 아이언이었다. 평소 사용하는 일반 4번 아이언의 캐리 거리는 약 170m 정도다. 그런데 L-Four21 역시 스윙에 익숙해지면서 170m를 넘기기 시작했다. 물론 기존 아이언보다 월등히 멀리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짧고 편안한 클럽으로도 기존 롱아이언의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의미 있었다. 과거 싱글렝스 아이언을 포기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볼 위치와 스윙 방식을 조금 바꾸자 탄도와 비거리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볼을 오른발 쪽으로 약간 옮겨 다운블로로 치니 스핀과 탄도가 올라갔다. 반면 왼발 가까이 놓고 쓸어 치면 더 강하게 뻗어 나가는 탄도와 비거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 롱아이언은 샤프트가 길어 스윙 자체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데, 이 클럽은 오히려 숏아이언처럼 편해서 다양한 샷 메이킹이 가능하다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클럽 간 일정한 거리 간격이다. 3번부터 6번 아이언까지 인접한 클럽 사이의 평균 거리 차이는 약 9.1미터로,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치였다. 과거 싱글렝스 아이언에서는 롱아이언의 거리 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문제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미스샷에 대한 관용성 골프는 비거리보다 정확성이 더 중요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미스샷에 대한 반응이었다. 일반적인 4~5번 아이언으로 볼을 페이스 아래쪽에 얇게 맞히면 낮게 깔리는 타구가 나오면서 캐리 거리가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그런데 다이아윙스는 조금 달랐다. 쓸어 치는 과정에서 몇 차례 볼을 얇게 맞혔음에도 생각보다 쉽게 공중으로 떠올랐고, 캐리 거리도 크게 줄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카본 샤프트 덕분인지 공을 얇게 맞혔을 때 손에 전달되는 충격도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조합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물론 샤프트와 헤드 구조, 임팩트 조건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모두 초저중심 설계 덕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상화 대표가 설명했던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한 개발 의도가 실제 시타에서도 어느 정도 느껴졌다는 점은 분명했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타 한 번으로 5m를 더 보내는 아이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조금 잘못 맞혀도 필요한 거리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아이언이 더 실용적일 수 있다. 왜 3번부터 6번까지만 싱글렝스로 만들었을까? 생각해 보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아이언을 치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클럽은 대부분 롱아이언이다. 9번 아이언이나 피칭웨지를 치면서 샤프트가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골퍼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반면 4번이나 5번 아이언은 다르다. 공을 제대로 띄우기도 어렵고, 잘 맞았다고 생각해도 기대했던 거리가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많은 골퍼가 롱아이언 대신 하이브리드를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투어 선수들도 롱아이언 대신 드라이빙 아이언(중공구조 헤드)이나 유틸리티 클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각 클럽의 역할에 맞게 서로 다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이제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면 샤프트 길이도 마찬가지 아닐까? 기존에 사용하던 아이언은 그대로 두고, 유독 잘 맞지 않는 3번이나 4번만 짧은 싱글렝스 아이언으로 바꾸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 어떤 골퍼에게 잘 맞을까? 이 아이언들이 모든 골퍼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롱아이언을 정확하게 내려치기보다 쓸어 치는 경향이 있거나, 샤프트가 길어질수록 스윙이 불안해지는 일반 골퍼에게 특히 잘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5번이나 6번 아이언만 잡으면 자신감이 떨어지는 골퍼도 적지 않다. 그런 경우 짧은 길이만으로도 상당한 심리적인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롱아이언의 정타율이나 캐리 거리가 일정하지 않은 시니어 및 중·고핸디캡 골퍼라면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하다. 물론 헤드 스피드가 너무 느리면 짧은 샤프트로 필요한 거리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반대로 기존 롱아이언으로도 충분한 탄도와 스핀, 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면 굳이 교체할 이유는 크지 않다. 하이브리드가 더 편한 골퍼라면 기존 클럽을 그대로 사용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골프 장비에는 모든 골퍼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번 테스트에서는 실내에서 캐리 거리와 스핀량, 발사각 등을 확인했지만 최고 탄도, 착지각, 좌우 분산도까지 충분히 비교하지는 못했다. 그린에 떨어진 공이 얼마나 잘 멈추는지도 중요하다. 이 부분은 앞으로 실제 필드에서도 조금 더 확인해 보고 싶다. 최종 평가 이번 다이아윙스 롱아이언은 여러모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줬다. 8번 아이언 길이로도 기존 롱아이언과 비슷한 캐리 거리를 확보했고, 클럽 간 거리 간격도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짧은 샤프트 덕분에 스윙이 한결 편했고, 볼을 얇게 맞혔을 때도 거리 손실이 생각보다 적었다. 탄도나 구질을 조절하기에도 일반 롱아이언보다 수월했다. 물론 그렇다고 기존 롱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를 모두 대체할 제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골퍼마다 스윙 스타일과 필요한 탄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테스트를 통해 싱글렝스 아이언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싱글렝스의 장점을 제대로 누리려면 모든 아이언을 같은 길이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제품을 사용해 보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맞는 7번, 8번, 9번 아이언은 그대로 두고, 유독 어려운 롱아이언 한두 개만 짧고 다루기 편한 클럽으로 바꾸는 것도 충분히 괜찮은 방법이다.특히 다이아윙스처럼 필요한 번호만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기존 아이언 세트를 통째로 바꿀 필요도 없다. 10년 전 싱글렝스 아이언을 포기했던 가장 큰 이유는 짧아진 롱아이언의 비거리와 일정하지 않은 거리 간격이었다. 이번 다이아윙스는 적어도 필자가 경험한 테스트에서는 그 두 가지 문제에 꽤 만족스러운 답을 보여줬다. 싱글렝스 아이언이 모든 아이언을 대체할 필요는 없다. 기존 롱아이언보다 편하게 휘두르면서 필요한 거리까지 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선택할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