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골프를 시작한 이후로 줄곧 새 장비에 중독되어 살아왔다. 아버지의 물려받은 골프채로 골프를 배워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태생적으로 장비 욕심이 많아서인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나는 늘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다.그러다 최근, “새것이 정말 더 좋은 걸까?”라는 의문을 품게 만드는 글을 읽었다. 한 기자가 로리 매킬로이에게 지금까지 사용했던 드라이버 중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그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했다.“2016년 테일러메이드 M2는 진짜 괴물 같은 드라이버였어요.”심지어 가끔 차고에서 그 드라이버를 멍하니 바라보며, 다시 투어에서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어느 유명한 골프 회사의 누군가들은 심장 철렁했을 것이다. 나도 중고 M2를 검색해 본 사람 중 하나다. 로리의 말은 묘하게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렸다. 새로 나온 클럽이라고 해서 내 백에 있는 것보다 항상 더 좋으란 법은 없다. 어쩌면 신상품만 끝없이 쫓아가는 게 허무한 일이다.그런 생각을 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고, 바로(?) 컴퓨터를 열고 중고 클럽을 뒤적이기 시작했다.그러다 어떤 걸 발견했는데 묘하게도 새로운 동시에 매우 오래된 느낌이었다.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우연한 만남올해 초 2025 PGA SHOW에서, 나는 운 좋게 태드 무어(Tad Moore)를 만났다. 그는 전설적인 퍼터 장인, 클럽 디자이너, 그리고 골프계 최고의 스토리텔러 중 한 명이다.그는 수십 년 동안 자신이 만든 클럽과 그것으로 우승한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자연스럽게 대화는 그가 깊이 사랑하는 ‘히코리 골프’로 이어졌다. 전설적인 퍼터 장인 이자 히커리 골프의 감식가인 태드 무어 (Tad Moore) 히코리 골프란 1935년 이전에 만들어진 골프채, 혹은 당시 방식 그대로 미국산 히코리(Hickory) 나무로 제작한 현대 복각 모델로 플레이하는 골프를 뜻한다.특이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미 전 세계에 이걸 진심으로 즐기는 커뮤니티가 존재한다.중국·일본·유럽 전역에서 수천 명의 플레이어가 전통 복장(니커보커 바지, 긴 양말, 멜빵 등)을 갖춰 입고 매년 히코리 대회에 출전한다. SoHG (Society of Hickory Golfers) , EAGH (European Association of Golf Historians) 같은 단체가 장비 규정을 엄격히 관리해 당시의 골프 경험을 그대로 재현한다.찰스 리스(Charles Lees)의 〈The Golfers〉, 1847년작, 유화(Canvas),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에든버러)역사가 다시 숨 쉬다태드가 히코리 세계에 빠져든 건 1980년대 초, 골프 앤티크 클럽을 수집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실제로 칠 수 있는 히코리 클럽을 구하는 건 어렵고 비쌌다고 회상했다.그러던 1989년, 스코틀랜드 여행 중 태드는 전설적 장인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오리지널 니블릭(샌드웨지)을 발견한다. 당시 400달러라는 비싼 가격에 고민하던 그에게 친구가 한마디 던졌다.“위대한 세비 바예스테로스 (Seve Ballesteros)를 위해 클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히코리 니블릭 하나 못 만들겠어?”그 말은 태드 무어의 머릿속에 박혔다.그리고 2002년, 그는 1932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서 히코리 클럽 제작을 부활시켰다. tadmoore.com우리는 켄터키산 최상급 퍼시몬을 쓰고, 샤프트는 깁슨이 공급받던 테네시 지역의 히코리를 사용합니다. 나의 목표는 오리지널과 동일한 방식·재료로, 현대 시대 최고의 히코리 클럽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 태드 무어 히코리언?!PGA 쇼에서 돌아와 나는 태드에게 히코리 골프에 대해 더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퍼시몬 드라이버로 골프를 시작했기에, 솔직히 히코리가 어떤 느낌일지 정말 궁금했다.그러나 인생이 그렇듯, 일이 바빠져서 한동안 잊고 살았다.그러다 2025년 10월.로리의 M2를 찾다가 eBay에서 ‘진짜 히코리 클럽’ 세트를 보게 된 것이다. 태드의 말들이 다시 머릿속에서 살아났다.‘혹시 한국에도 히코리 치는 사람이 있을까?’ 오 회장은 뛰어난 골프 코스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일 뿐만 아니라, 2024 일본 히코리 클래식과 2025 중국 히코리 인터내셔널 인비테이셔널의 우승자이다. (hickorygolfing.com) 찾아보니, 어라? 진짜 있었다. Korea Hickory Golfing Society (KHGS)는 2024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이미 스코틀랜드, 중국, 그리고 최근엔 2025 일본 히코리 클래식에서 우승까지 했다. 웹페이지를 읽어보니 신입도 환영한다고 되어 있어 바로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그들의 월례 히코리 라운드에 초대받았다.가슴이 두근거렸다.일본 히코리 클래식에는 전 세계에서 온 선수들이 참가했다. 라운드 당일, 나는 KHGS 회장님과 회원들에게 따뜻하게 환영받았다. 모두 톰 스튜어트 복각 아이언부터 100년 넘은 오리지널 드라이버와 퍼터까지 다양한 히코리 클럽을 들고 있었다.나는 새로 산 태드 무어 Victory 아이언과 스푼(3번 우드)을 들고 갔다. 회장님은 100년이 넘은 드라이버와 퍼터를 내게 흔쾌히 맡겨주었다. 사용하기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히코리 클럽은 의외로 즐겁고 효과적이다. 라운드 전 2주 동안 스크린골프에서 히코리를 연습해 봤는데, 센터에 맞으면 아이언 타감은 진짜 훌륭했고 비거리도 크게 차이가 없었다. 스푼은 헤드가 아주 작아서 적응이 조금 힘들었지만, 티샷에서는 오히려 매력적이었다.실제로 코스에서 사용해 보니 이 클럽들은 그냥 완전한 즐거움 그 자체였다.생긴 건 버터나이프처럼 가늘어서(요즘 머슬백 아이언은 울고 갈 정도이다) 처음엔 좀 무섭게 느껴졌는데, 막상 아이언은 잔디에서 맞는 느낌이 훨씬 좋았고 비거리도 내 실제 게임용 클럽이랑 거의 똑같았다.내 스윙이 부드럽고 ‘스윙어 타입’인데 히커리 클럽이 이 템포랑 정말 잘 맞았다. 스푼은 아직 공 띄우는 데 좀 애를 먹었지만 티샷에서는 아주 훌륭했다.그리고 무엇보다, 퍼시몬 + 히코리의 조합은 손맛은 진짜 최고의 느낌이었다. 진짜 순도 100%의 행복이며 아버지한테서 처음 드라이버를 물려받고 골프에 미쳐 들어가던 그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아름다운 가을 날씨와 좋은 동반자들까지 더해지니, 그 향수 어린 분위기는 정말 완벽했다.5개 클럽만으로 골프를 다시 배우다나는 이날 5개의 히코리 아이언만 사용했다. (현대 기준으로 5번, 7번, 9번, AW, SW)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각 클럽으로 다양한 샷을 만들어야 했다. 평소라면 “아, 이 거리엔 이 클럽이 아닌데”라며 짜증이 났을 법한 상황도, 이날은 오히려 새로운 재미였다.직접 창의적으로 구질을 만들고, 탄도를 조절하고, 거리를 계산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특히 계획한 대로 날아가는 샷을 보면 희열이 폭발했다.그리고, 나에게 찾아온 깨달음은 라운드 후반 어딘가에서였다.나보다 두 배 이상 더 오래 존재해온 얇디얇은 퍼터를 내려다보던 순간, 마음 한구석 깊은 곳에서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 이 같은 느낌은 그 어떤 새로운 골프 장비도 건드리지 못했던 부분이었다.마치 오래된 나의 어린 시절, 처음 골프를 사랑하게 만든 감정과 다시 마주한 느낌—“아, 이게 바로 골프였구나.”그제야 비로소 히코리 골프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수백 년 전 골프 선구자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그리고… 나는 코스에서 인생 최고로 즐거운 92타를 쳤다.스코어에 신경 쓰지 않고 순수히 골프를 즐긴 게 참으로 오랜만이었다.자, 그렇다면 과연 나의 새 장비를 향한 집착은 고쳐졌을까?정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히코리는 나에게 ‘골프 본연의 즐거움’을 일깨워 주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히코리 클럽에 대한 새로운 지름신도 함께 깨어났다.이제는 나만의 히코리 세트를 완성해 줄 드라이버와 퍼터, 그리고 그 분위기에 딱 맞는 클래식 골프 백까지 찾아 나선 상태다.문제는, 이게 마지막 구매가 아닐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점.태드, 정말 고맙다. 덕분에 골프가 원래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다시 알게 됐다.가장 새로운 히코리언(HicKorean) 탄생! 이제 빨리 헌팅 캡 하나 장만해야겠다.혹시 기회가 된다면, 제발 히코리 골프를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또한, 골프에 대한 설렘이 조금이라도 사라졌다면, 아이언 절반(예: 홀수 아이언만)으로 라운드를 해보라.골프가 이미 어렵고 겸손한 스포츠라는 건 알지만, 그 도전이 이 아름다운 게임을 다시 사랑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혹시 모르지 않나? 언젠가 스코틀랜드 링크스에서 신사복을 제대로 차려입고 마주칠지도.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히코리 클럽을 휘두르고 있다.- This article was written for GolfWRX and translated by James 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