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비거리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골프 규제 기관들은 공의 비거리를 줄이는 조치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2028년부터 프로 선수들은, 2030년부터는 아마추어 골퍼들도 사용 가능한 골프공의 비거리가 제한된다. 하지만 이러한 전면적인 접근법은 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해결책을 간과하고 있다. 바로 ‘전략적인 코스 세팅’이다.기술 발전에 맞서기 위해 코스의 길이를 계속 늘려온 지금의 방식은 일차원적인 무한 경쟁을 초래했다. 하지만 역사를 되짚어보면, 코스의 길이만이 챔피언십 코스를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13년 US 오픈이 열린 메리언 골프 클럽이다. 당시 저스틴 로즈가 72홀 합계 1오버파로 우승을 차지했고, 공동 10위 선수들의 스코어는 7오버파였다. 주목할 점은 메리언의 전장이 7,000야드가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거의 예외적인 사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2013년 당시 PGA 투어 선수들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약 288야드였다. 현재의 평균 비거리(약 300야드)와 비교하면 불과 12야드 차이에 불과하다. 2013년의 메리언 코스 세팅이 지금의 장타자들에게도 충분히 도전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 확신하는 이유다.메리언이 어려운 코스였던 이유는 단순히 길이가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코스 전략 덕분이었다. 당시 USGA는 몇 가지 핵심 요소를 활용했다. 첫째, 좁은 페어웨이는 티샷의 정확성을 요구했다. 둘째, 깊고 빽빽한 러프는 잘못된 샷에 대해 가혹한 페널티를 부여했다. 셋째, 작은 그린은 정밀한 아이언 샷을 필요로 했다. 넷째, 까다로운 핀 위치는 선수들에게 기술과 인내심을 시험하는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코스 세팅은 단순히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완성형 선수’들에게 보상을 주는 방식이었다. 7,500야드가 넘는 코스가 아니더라도, 골프의 핵심 요소인 드라이빙 정확도, 아이언 샷, 쇼트게임, 퍼팅,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스 매니지먼트와 멘탈 강인함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충분한 도전이 될 수 있다.그렇기에 현재의 골프공 비거리 제한 정책은 섬세한 조정이 필요한 문제에 지나치게 강압적인 해법을 적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이 규정이 실제로 영향을 미칠 대상이 누구인지 고려하면 더욱 의아해진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평균적인 아마추어 남성 골퍼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약 216야드이며, 여성 골퍼의 평균 비거리는 약 148야드에 불과하다. 즉, 대다수의 골퍼들은 ‘비거리 문제’를 초래하는 주체가 아니다. 모두에게 동일한 장비 제한을 가하기보다는, 이미 활용할 수 있는 수단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접근법이 아닐까? 대회 운영위원회는 코스 세팅을 조정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 러프를 한두 인치 더 길게 자라게 하거나, 페어웨이 폭을 티샷 랜딩 존에서 5야드만 줄이거나, 그린 크기를 축소하거나, 그린 스피드를 조절하거나, 핀을 더 도전적인 위치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비거리에 의존하지 않는 도전적인 코스를 만들 수 있다.이러한 접근법이 가지는 장점은 명확하다. 첫째, 각 대회장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세팅이 가능하다. 둘째, 현대 기술을 고려하면서도 골프의 전통을 보존할 수 있다. 셋째, 단순한 장타 싸움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보다 전략적인 선택을 요구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골프의 진정한 매력은 그 다양성에 있다. 어떤 코스는 장타력을 요구하고, 어떤 코스는 정교한 샷 메이킹을 요구한다. 어떤 곳에서는 아이언 플레이가 중요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쇼트게임이 승패를 가른다. 장비 규제를 통해 비거리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골프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이 스포츠를 더욱 획일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2013년 메리언에서 열린 US 오픈이 보여준 것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를 시험하는 데 있어 코스의 길이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교하고 치밀하게 코스를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골프의 미래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과거의 사례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비거리 논쟁의 해법은 장비의 변화가 아니라, 코스 세팅 방식의 변화에 있을지도 모른다.저자: 브랜든 엘리엇 @ GoflWRX.com